시간의 촉박함이나 일의 강도가 높지 않을 때 보통 "오후엔 널널하다", "작업이 널널하다"라고 많이 씁니다.
그런데, '널널하다'는 표준어가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국립국어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시겠습니다.
이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표준어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간혹 '널널하다'를 '널찍하다'의 방언으로 여기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널널하다'의 탄생, '널널하다'의 어원에 대해서 제가 분명하게 기억하는 것이 묻혀 있는 것 같아서,
저도 잊어버리기 전에 같이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널널하다'는 90년도 초, 이문세씨가 진행하는 MBC 심야 라디오 프로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주말 공개 방송에 출연했던 김국진씨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날 방송에는 당시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김국진씨가 게스트로 출연했었고, 중간에 이문세씨가 임의로 제시하는 단어에 김국진씨가 "짧은 글짓기"를 하면서 재치와 유머를 나누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나다 순서대로 억지로 만들어진 말들 중에서, "널널" 차례가 되었는데, 당시 "널널"은 정말 아무 뜻도 없는 말이었기 때문에, 다들 김국진씨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죠. 김국진씨는 '오늘 시간이 아주 널널~하다'라는 대답을 내놨는데, 김국진씨 특유의 혀짧고 귀여운 발음을 통해 듣는 '널널하다'는 모든 관객들과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의 웃음을 터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는 주 청취층인 젊은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널널하다'가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밤 10시 넘어 라디오에서 한 번 나온 말이 그렇게 퍼질 수 있을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당시 라디오 매체의 위상과 넓은 청취층, 특히 "별이 빛나는 밤에"의 팬층, 그리고 "김국진"이라는 시대의 아이콘이 만들어낸 '나비 효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유튜브 천만 조회수 영상에 비교할 만 합니다.
'널널하다'는 어느 순간부터 방송, 뉴스 등에서도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표준어로 오해될 정도로 많이 쓰는 단어가 되었구요.
누군가 이 글을 보신다면, 제가 말씀드린 내용으로 사실확인하는 유튜브 영상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시 라디오 방송 녹음 테이프가 보관되어 있다면, 찾아서 확인도 해보고, 김국진씨, 이문세씨 인터뷰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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